ENGLISH 中文 日本語
-7.3 C
Seoul
2026년 1월 21일 오후 3:20
More

    무례함과 문해력 사이, 교실 속 논란을 넘어서

    [수완뉴스=모난 생각]OECD 국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검사 결과 한국 학생들의 평균 문해력 점수는 2022년 기준 515점으로 2006년 조사의 556점에서 매년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아지는 문해력에 관한 문제는 “사흘”을 “사일”이라고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의 뜻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로 오해한 사례와 같이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불거졌을 때 반짝하고 떠오를 뿐, 화제가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교실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2007년 시작된 스마트폰의 혁명 이후로 우리의 삶은 완전히 디지털 세계에 파묻히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생각하고, AI와 감정을 나누며, 인간이 가진 풍부한 감정 표현은 SNS 속 몇 가지 이모티콘으로 수렴하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디지털 매체는 ‘활용’되는 도구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주어진 ‘환경’이며 본인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스마트폰의 쾌감 뒤에서 우리를 더 강력하게 지배하는 것은 매체의 형식이다. 손가락질 한 번이면 나타나는 자극적인 영상들, 내 취향에 맞추어진 알고리즘, 이것들이 우리의 생활 습관을 조정하고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며 감정의 흐름을 설계한다. 문제는 액정 너머로 타자를 바라볼 때 인간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다면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고 실체 없는 가상의 기계적 대상만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디지털 혁명 이후 자라난 새로운 세대인 아이들이 타자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교실은 사회적 교재가 이루어지는 장소지만, 액정 앞은 사적인 공간으로 남는다. 교실은 학생의 지적 발달에 중점을 두지만, 화면 앞은 재미에 집중하도록 강요한다. 학교 출석은 의무인 반면 SNS는 선택 사항이다. 학교에서는 ‘공공예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만, 유튜브를 볼 때는 ‘공공예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란 교실에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디지털 시대엔 재미 자체가 모든 행동의 목적이다. 학습에서는 학습의 내용보다 배우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인간은 행동하는 대로 체득하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유발되는 행동 습관대로 교실에서도 행동하도록 가르친다.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도 거의 항상 떠들고, 음악을 들으며,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다. 타인을 마주할 때 지켜야 할 전통적인 공공 예절이 사라진 이러한 태도는 타인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오늘날 증가하는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추론할 수도 있다. 오늘날의 문해력 저하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의 ‘귀차니즘’이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와 이미지에 자극받아 집중할 수 없어진 신체와 문자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학습 과정 사이의 부조화인 것이다. 아이들은 햄버거를 얻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또는 유튜브에 범람하는 짧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듯이 ‘따분하지 않게’ 책에서 정보를 얻기를 원하고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4년 통계청 자료 기준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의 58.5%가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를 맞벌이하도록 내모는 사회의 압력에 따라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교사들은 대리 부모의 역할을 맡아 학생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규약을 학습시키고 최소 한도로만 사회화되어있는 10대들에게 사적이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야 하는 기대까지 짊어지게 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생각하고, AI와 감정을 나누며, SNS로 학습하는 무수한 이미지 기반의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 어쩌면 문해력 저하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길러진 아이들에게, 미디어 시대를 초래한 어른들의 ‘스마트폰을 끄고 책을 읽으라’는 요구는 어쩌면 앞뒤가 맞지 않은 것이 아닐까. 스마트폰은 끌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만든 환경은 끌 수 없다. 교실과 가정 속 아이들의 태도와 문해력의 변화를 원한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디어와 환경이다.

    모난 생각

    모난 생각
    모난 생각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굽히지 않을 모난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남겨 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

    -advertisement-

    여러분이 수완뉴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사 쓰기

    기사 클리닉

    인재 채용

    기사 제보

    도서 출판

    더 많은 기회

    인기 기사

    최신 기사

    -advertisement-

    뉴스레터 구독

    이메일 주소로 언제 어디서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완뉴스를 만나보세요.

    격월로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무료로 구독 신청해 보세요.
    http://talk.naver.com/WPKIFHU
    http://pf.kakao.com/_GwqET/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