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소복한 노란 잎들 사이에
점점이 박힌 빨간 열매들이
안개비에 말갛게 씻기는
가을로 난 길

바위 아래
밑동이 굵은 나무는
하늘을 향해 기이한 몸짓을 하고

하늘가에
돌담으로 둘러친
신이 머무는 자리는 고요하다

구름 속을 내려가니

다시 만난 어여쁜 길은
제 가진 것을 아낌없이 떨구며
붉은 손을 들어 배웅하고

어두운 산자락은
가로등 밝은 거리까지 따라온다

김경순
김경순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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