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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1일 오후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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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비난 여론의 민낯…알고리즘이 키운 ‘가짜 분노’와 ‘혐오’

[현장] '멸공' 한마디에 터진 SNS의 광기, 상식이 실종된 전장을 다녀오다

[수완뉴스=김동주 기자] 지난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은 어느덧 46주년을 맞이했다. 80년 광주가 마주했던 아픔과 희생 앞에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시민군을 여전히 ‘폭도’라 깎아내리며 ‘전두환 독재’를 두둔하는 세력의 역사 왜곡에는 단호한 비판으로 맞서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스타벅스가 5.18을 맞아 진행했던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의 이벤트가 대표적인 역사 왜곡이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다. 이날 스타벅스의 이벤트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희생자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고 그들의 인권과 상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인 막장 행보라고 비판했다.

“쓰레드에서 멸공 같은 소리하고들 있네. 언제적 공산주의 정말 재미없다.”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공산 세력 개입설’이라는 케케묵은 음모론을 붙잡고 있는 이들을 향해, 본지가 던진 흥미로운 사회 실험의 서막이었다. 다소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이 두 문장짜리 짧은 글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당일 스타벅스 이벤트 이슈와 맞물린 탓인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글이 게시된 지 단 이틀 만에 조회수는 2,800회를 돌파했고, 댓글 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치의 불균형이었다. 이 글이 받은 ‘좋아요’는 단 16개에 불과했으나, 댓글만 무려 142개가 달렸다. 인터넷 은어로 이른바 ‘지표미로운 지점은 수치의 불균형이었다. 이 글이 받은 ‘좋아요’는 단 16개에 불과했으나, 댓글만 무려 142개가 달렸다. 인터넷 은어로 이른바 ‘지표 부도(Ratioed)’라 불리는 현상이다. 게시물에 대한 긍정적 공감보다, 화가 나서 달려든 이들의 분노가 9배 이상 압도적이었음을 뜻한다. 과거 ‘청정 구역’ 혹은 감성적인 일상 공유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던 쓰레드가 어떻게 가장 극단적인 이념의 전쟁터로 변모했는지, 본지가 직접 ‘실험쥐’가 되어 그 광기의 한복판을 관찰했다.

‘2026년 1당 독재설’과 피해의식…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안 현실

실험의 타깃이 된 극우·보수 성향 유저들의 반사신경은 무서우리만치 정형화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멸공’이나 ‘공산주의’는 논리적 사유를 거치기 전, 척수 반사 수준의 분노를 유발하는 ‘발작 버튼’이었다.

댓글 창의 논리는 시작부터 인과관계를 이탈했다. 2026년 현재 버전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두고 “현재 이재명 정부는 1당 독재 정권”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황당한 세계관이 등장하는가 하면, 역사적 비극인 5.18 민주화운동을 언급하자 “너희만 기려야 할 것처럼 남들은 오지도 못하게 해놓고 뭔 개소리냐”라며 해묵은 진영 논리와 피해의식을 쏟아냈다.

이들에게 SNS는 정보 교류나 타인과의 소통 공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진영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보고 싶은 음모론만 소비하며 스스로 구축한 ‘대안 현실(Alternative Reality)’의 복음 전파소에 가까웠다. 대화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적 진공상태’, 그것이 디지털 부족주의에 중독된 이들의 민낯이었다.

얄미운 만화 캐릭터와 평화로운 퇴장… 거세된 타격감

논리적 반박이 불가능해진 유저들이 선택한 무기는 ‘메신저 공격’이었다. “좌빠리들 논리”, “그렇게 싫으면 월북이나 해라” 등 본 기자의 정신 상태나 정치 성향을 낙인 찍는 인신 공격의 오류(ad Hominem abusive)를 범하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논거를 통한 건전한 비판은커녕, 오직 메신저를 헐뜯기 위해 달려든 이들은 급기야 본지 취재진의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조롱 섞인 비난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거친 폭주를 멈춘 것은 더 큰 분노가 아닌, 극단적인 ‘가벼움’과 ‘냉소’였다. 본지는 취재진의 얼굴로 장난을 치던 이들을 향해, 오히려 그들을 얄밉게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만화 캐릭터 ‘스폰지밥’을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었다. 나라의 존망을 걸고 피를 토하듯 진지하게 글을 쓰던 이들은, 화면 너머에서 자신들을 얄밉게 비웃는 노란색 스펀지 캐릭터를 마주해야 했다.

▲ 본지 쓰레드 게시물에 쏟아진 소위 ‘우파’ 누리꾼들의 댓글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이미지. (단어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빈도수를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본지 데이터 분석팀에서 시각화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쓰레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격렬했던 소위 ‘우파 누리꾼’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21세기에 이념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취지 아래, 다소 거친 표현을 빌려 진행한 일종의 사회 실험이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의 쓰레드 프로피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자신을 ‘우파’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잣대에서 보건대,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저들은 우파가 아니라 ‘극우’에 가깝다. 만약 본지가 올린 글에 이견이 있었다면, 감정이 아닌 합리적인 논거를 갖추고 접근했어야 했다.

결국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이들을 향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건강을 기원하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뿐이었다. 20세기 냉전 시대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그들을 보며, SNS가 그들에게는 그저 감정을 배설하는 쓰레기통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분노를 배달하고 갈등을 파는 플랫폼의 경제학

이번 48시간의 소셜 실험이 남긴 가장 묵직한 질문은 유저들의 광기 그 자체가 아니다. “왜 이 글이 그토록 빠르게 그들의 피드에 배달되었는가”이다. 정답은 플랫폼이 설계한 알고리즘 시스템에 있다. 현대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다. 인간이 가장 오랜 시간 화면을 머무르게 만드는 감정은 공감이나 기쁨이 아닌, 바로 ‘분노’와 ‘혐오’다.

본지가 던진 미끼를 문 초기 유저들이 거친 댓글을 달기 시작하자, 알고리즘은 이 게시물을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우량 상품’으로 인지했다. 그리고 더 많은 보수 성향 유저들의 피드에 이 분노를 ‘배달’했다. 플랫폼 시스템 자체가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갈등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Rage-Bait(분노 유도)의 경제학’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여기에 소수 세력의 의도적인 조작이 기름을 붓는다. 실제로 본지 취재진이 쓰레드 내 다른 포스트들을 검토하던 중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비난하는 계정 하나를 차단하자, 연쇄적으로 3개의 계정이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미 ‘다중 계정을 동원한 여론몰이’라며 유사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적지 않았다. 결국 플랫폼을 뒤덮은 5.18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는 대한민국 사회의 절대적인 주류 의견이 아니다. 소수의 세력이 다중 계정이라는 가짜 스피커를 고의로 확장해 만들어 낸 ‘인위적인 착시’에 불과하다.

디지털 전장의 문을 닫고 나오는 길, 도파민의 짜릿함 뒤로 씁쓸한 현타(현실 타격)가 밀려왔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분노의 늪 속에서, 우리는 매일 밤 실체도 없는 유령을 향해 키보드를 부술 듯 두드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21세기의 한복판에서, 상식은 그렇게 매일 밤 SNS 검색창 속에서 난도질당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Kim Tongjoo
Kim Tongjoohttps://www.swn.kr/author/tongjoo
I will brighten the world around me with my smile. And I will always be here for you all, ready to listen to what you have to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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