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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2026년 1월 7일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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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순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221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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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정

    어쩌다석양의 나그네 되어어두운 산자락을 걷는다달은 구름 속을 서둘러 가고바람 소리 스산한데다리는 무겁기만 하다고갯마루에 올라서니길은 풀숲으로 사라지고숨도 거칠어걸음을 멈추고고단한 몸을 땅에 맡긴다산 아래 불빛이 오히려 별 같다

    오 늘

    냄새조차 생경한 도시에서홀로 밥을 먹고생면부지의 사람들이어깨를 부딪치며 몰려가는신전 같은 전철역 앞을 지나서분노는 삭이고무례와 모욕은 넘기며존재가치 증명에 골몰하는채찍질 같은 하루를 살고세상 복잡한 교차로를 통과하여통유리 밖 야경을 바라보며미션인 양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눈물이 날 것 같은 이...

    산행

    소복한 노란 잎들 사이에점점이 박힌 빨간 열매들이안개비에 말갛게 씻기는가을로 난 길바위 아래밑동이 굵은 나무는하늘을 향해 기이한 몸짓을 하고하늘가에돌담으로 둘러친신이 머무는 자리는 고요하다구름 속을 내려가니다시 만난 어여쁜 길은제 가진 것을 아낌없이 떨구며붉은 손을 들어 배웅하고어두운...

    향수

    망각의 저편에서기억의 단편이 떠올라깊은 그리움에뒤로 달려가는 마음은눈물을 머금었으나찾아간 옛길엔넝쿨들만이 다리를 잡을 뿐꿈을 꾸듯 헤매어도흘러간 시절은 흔적도 없고지형마저 낯설어할머니가 묵주기도 하시던너럭바위에 마음을 내려놓고추억을 더듬는다멀리서 불어온 바람에옷깃이 펄럭인다

    해고

    둥지가 이미 무너졌는데어찌 평안을 탐하랴억지 미소를 지으며머물던 흔적을 지운다비굴하지 않았으니 궁상떨지 말고분노하지도 말자정들기 전이라 다행이다

    기 일

    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저 멀리 배 몇 척 어릿하고갈매기 나는 빨간등대 아래젊은 애들 웃음소리 싱그러운데그 예쁘고 수다스러웠던 네가사철 그 안에만 있다니부박하고휘발성이 강한순간의 생각을 너무 믿은 탓이다보기 싫어 돌아가려 해도입술을 비죽이며 울던코흘리개가 눈에 밟혀넋을 놓고 바라만...

    암천(暗天)

    비틀린 소나무들 사이로오래된 상징처럼 달이 뜨고맥락없이 내뱉어지는 혼잣말에문득 비감해질 때늙은 가수의 처량한 노래를 듣느니개울가로 난 길을머리칼이 흠뻑 젖게 걷는다가쁜 숨을 달래며 뒤돌아보니어둑한 길엔여울물 소리만 가득할 뿐땀 흘리며 걸어온 흔적도몰아세우던 생각의 자취도 없어화단석에 걸터앉아어머니 아버지...

    반 주

    운명의 채찍은 가차 없고잿빛으로 늙어도힘을 잃지 않나니하루의 고역을 마치고어둠 깃든 창에 어린흐린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술은 독하고바람 소리 구슬프다

    자유

    입속의 사탕 같던 애착등줄기를 훑어 내리던 공포근심의 사슬에 묶이고분노의 불길에 타들어 가던 마음도시간의 어둠에 묻혀기억마저 아스라해지느니과대 평가된 삶의 무게와두껍게 두른 허세를 벗고내 것이 아닌 미래와가망 없는 꿈들과도 작별한 후의자 깊숙이 몸을 묻는다

    헌화로

    진달래 점점이 피어난 절벽에한적한 뻐꾸기 소리 머물고눈 부신 햇살 속미풍에 나풀대며 떨어지는분홍 꽃잎 몇 개갈매기 날고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저 멀리에 배 몇 척 어릿거리고소 모는 노인이미인에게 꽃 바치던 길가자줏빛 바위에서홀로 낚시하는 모자 쓴 늙은이

    그리움

    밤새 내린 함박눈이온 세상을 선물처럼 감싸면하얀 골목에아이들의 짜랑한 웃음소리제풀에 놀란 참새는눈 쌓인 가지에서 날아오르고아랫목에 손 깔고 앉으면할머니가 차려 주시는무채 썬 된장찌개계절은 잊혀도 그리움은 남아눈감으면 떠오르는 얼굴한 번만이라도다시 볼 수 있다면

    그 날

    달빛은 구름 속에 갇히고바람이 귀신 소리를 내던 날줄 지어선 가로등은인적없는 거리를 하얗게 비추고눈 시퍼런 길고양이는돌풍에 놀라 괴성을 지른다대기를 가득 채운 악한 기운이허공을 어지럽게 휘저을 때마른 백일홍은 제 그림자와 섞여기괴한 춤을 추고귀엽던 동생은 목을 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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