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윤시영 기자] 청명한 가을 하늘이 거대한 캔버스가 되었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솟아오른 전투기들이 중력을 거스르듯 하늘을 가로지르자,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주말간 펼쳐진 ‘202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25)의 백미, 시범 비행 현장이다.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최첨단 항공기들이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다.
이번 에어쇼의 주인공은 단연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였다. 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활주로를 박차고 오른 KF-21은 강력한 엔진음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상공을 장악했다.
실전 배치를 앞둔 KF-21은 그간의 시험 비행과는 차원이 다른, 실전적이고 역동적인 기동을 선보였다. 가파른 수직 상승으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곧바로 날카로운 급선회와 배면 비행(기체를 뒤집어 나는 비행)으로 기체의 완벽한 안정성과 제어 성능을 증명했다. 불과 4분 남짓한 짧은 비행이었지만, 대한민국 항공 기술의 눈부신 도약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T-50B 8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하늘에 한 편의 감동적인 오케스트라를 연출했다.
촘촘한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등장한 블랙이글스는 곧바로 사방으로 흩어지며 관람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난도 기동을 이어갔다. 특히 두 대의 항공기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웨지 브레이크(Wedge Break)’ 기동에서는 관람석 곳곳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비행의 절정은 단연 ‘태극’ 기동이었다. 8대의 항공기가 흰색과 붉은색 연막을 동시에 뿜어내며 서울공항 상공에 거대한 태극 문양을 그려내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카메라에 그 장엄한 순간을 담았다.
이 밖에도 K-방산 수출 신화의 주역인 T-50 고등훈련기와 KT-1 기본훈련기, 그리고 육군의 핵심 전력인 LAH(소형무장헬기)가 실전 상황을 방불케 하는 강력한 시범 기동을 선보였다. T-50은 ‘골든 이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KF-21 못지않은 날렵한 기동성을 뽐냈으며, LAH는 제자리 비행과 급강하 전술 기동을 통해 지상의 위협을 제압하는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편, 20일부터 24일까지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이어지는 ‘비즈니스 데이’에서는 AI와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 미래 전장을 주도할 최첨단 방산 기술과 우주항공 분야의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주말간 서울공항 상공에서 K-방산의 ‘힘’을 증명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 바이어들을 상대로 K-방산의 ‘기술력’을 입증할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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