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김동주 기자]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 이하 ‘천문연’)이 참여한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공동 연구진이 M87 블랙홀의 고리가 찌그러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블랙홀의 중력이나 회전 때문이 아니라 블랙홀 주위를 소용돌이치는 난류 물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포착한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을 2019년에 공개한 이후, 블랙홀의 그림자 고리가 약간 늘어진 모양인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은 블랙홀의 그림자가 블랙홀 회전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약간 찌그러진 타원형 형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이 타원율을 측정하는 것은 블랙홀의 회전을 밝히는 직접적인 증거이자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주요 주제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EHT 망원경에 그린란드 망원경이 새로 추가된 2018년 관측으로부터 결과를 얻었다. 이전 관측에 비해 측정 정밀도가 향상됐으며, 블랙홀 고리의 타원율을 이전보다 3~5배 더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관측 결과, 블랙홀이 찌그러진 이유가 완벽한 원으로부터 약 8% 벗어난 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타원은 북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50도 기울어져 있으며 이는 고리 위 가장 밝은 부분의 방향과도 잘 정렬되어 있다.
이 타원형 모양이 블랙홀의 회전에 의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측 결과를 다양한 이론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다. 그 결과, 블랙홀의 회전과 관측된 타원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혔으며, 대신 타원율은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의 빠른 흐름인 제트를 가지는 모델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고리의 모양은 중력이나 회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홀의 회전을 밝혀내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수년간의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단기적이고 무작위한 난류의 영향을 완화해, 현재 가려진 중력에 의한 미세한 왜곡을 포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주망원경을 포함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관측을 통해 블랙홀 주위를 여러번 공전한 후 탈출하는 빛이 형성하는 얇고 안정적인 구조인 ‘광자고리’를 직접 분해하는 것이다. 이 고리는 난류의 영향 없이 더 순수한 중력 신호를 전달해 블랙홀 회전 측정에 이상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본 연구 논문의 공동제1저자인 천문연/연세대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고리가 찌그러진 이유가 기존 예측과 달리 블랙홀의 회전보다 블랙홀 주위를 맴도는 난류성 플라즈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밝혀낸게 뿌듯하다”라며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관측 가능한 한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EHT 망원경에서 도입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 방식의 다주파수 동시관측 수신 시스템이 확산 되면 보다 더 정밀한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공동연구진이 M87 블랙홀 고리의 비대칭 이유를 밝혀낸 연구 논문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 7월 10일자에 게재됐다.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