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거나두려울 게 별로 없고정욕에서도 놓여난 지금타인의 미소를 사야 할 필요가더는 없으므로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가고 싶은 곳도가야 할 곳도 없기에헛수고와 비굴을 멈추고좌초한 배처럼 주저앉아풀벌레 소리 사라진차갑게 식은 세상을 바라본다삶이란맨손에 쥔 한 줌 눈덩이 같은 것
검은 구름에서 불어온악한 바람이막내 누이를 데려간 후폭우처럼 쏟아지는 슬픔에머릿속에 번개가 칠 때마다벼락을 맞은 듯이천둥 같은 울음을 울었고가슴이 타들어 가는 아픔에숨을 쉴 수 없을 때에는이글대는 태양이 달구는 거리를무턱대고 걸었고어렸던 그때처럼손등으로 눈물을 비비며돌아가신 아버지께 빌었다잘못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매달린 그악한 절규그 애달픔에 발을 구르고맥락 없이 이어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에머리를 감싸 쥔다양친의 모습이 어린 고운 얼굴은가슴 속 화인으로 타들어 갈 뿐말이 되어 나오질 않으니떨리는 손으로 향을 사르고피어오르는 연기만 우두커니 바라본다문득 머릿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