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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3일 오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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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매체에 대한 비판적 고찰

    활자 매체와 영상(이미지) 매체의 대조

    [수완뉴스=모난 생각] 오늘날의 사람들은 여가 시간과 자투리 시간의 대부분을 영상 매체와 함께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매체를 통해 접한 정보의 말초적 재미에 대한 피상적 인상을 가질 뿐,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접촉하는 영상 매체가 자신의 삶에 어떠한 세계관을 주입하고 만들어가는지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칼럼의 1부에서 우리는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관념 다발이 아니라 매체, 즉 소통 수단의 한계로 인해 왜곡되고 오염된 것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였으며 그중 활자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공동체의 사고방식을 이성과 질서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모순을 회피하며 공동체의 역량을 비교적 무거운 주제, 진지하고 이성적인 것에 집중하게끔 하는 경향성을 지녔다고 정리하였다. 영상(이미지) 매체의 경우는 어떠할까.

    2부 영상(이미지) 매체의 특성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을 지칭하는 활자와 다르게 이미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들만을 다루도록 한정되어있는 매체이다. 활자를 통해 만들어진 문장과 다르게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는 ‘인상’은 세계에 대한 개념과 사유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미지를 개념으로 전환시키려면 반드시 언어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미지만을 통해서는 보이지 않는 대상, 내적인 사유, 추상적인 개념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람’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관찰한다면 개별적으로 구별된 개개인으로서의 ‘인물’ 혹은 이미지의 강조된 대상으로 나타난 인물이 입고 있는 의상, 표정, 연출이 뒤섞인 혼탁한 ‘인상’만을 전달받을 뿐 개별적 대상의 배경에 있는 ‘사람’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해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1부에서 예시로 들었던 ‘빨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미지 매체를 통해 ‘빨간 자동차’라는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추상화된 ‘빨강’이라는 개념은 굳이 건드릴 필요도 없이 그저 이미지를 통해서 ‘빨간 자동차’를 ‘보고’ 그것이 주는 자극에 손쉽게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글은 이해의 대상이고 이미지는 인식의 대상이다. 이미지는 현실의 특정 부분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선택하여 잘라낸 현실의 일부분에 대한 모사(열화)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지니며 신, 사랑, 정의와 같은 높은 추상성을 지닌 개념들은 이미지를 통한 어법으로는 사유하고, 일반화하고 비교, 논쟁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 수백 개를 이어 붙여서 만드는 영상 매체로 화두를 옮기면 매체의 현실적인 차원의 편향성이 드러나는데 우리가 ‘보는 것’을 통해 원하는 것은 다양하게 전환되는 자극적인 장면들과 그로 인한 시각적 쾌감이기 때문이다.

    빠른 장면 전환과 채널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순간적인 쾌락에 집중한 구조로 인하여 영상 매체의 형식은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즉각적인 만족과 시각적 쾌락을 목표로 구성되게 된다. 문제는 영상 매체가 오락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 전달되는 매체의 내용 또한 오락적 형식을 띄게 된다는 것에 있다. 영상 매체는 본위적으로 무엇을 다루든 쇼 비즈니스적 내용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매체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늘날은 이미지 매체가 공동체의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길거리의 전광판뿐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TV 채널과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어떤 사실을 믿을지, 어떤 영상을 소비할지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학습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 매체를 이용한 정보 교환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는 더 이상 ‘생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인상’만을 교환하게 되었다. 우리는 논리적 사유와 주장을 대신하여 잘생긴 얼굴의 연예인이나 그들이 입은 옷가지, 그들이 출현한 상업 광고 따위를 입에 올릴 따름이다. 공동체의 사유 방식과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하는 매체가 온 세상이 오락적 가치 위에 있다고 전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영상 매체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서 찾아야 한다. “카메라가 잡은 제한된 구도 바깥의 상황은 어떠할까?”, “정보 전달의 형식이 최종적으로 나에게 도달한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였을까?”, “오늘날 대두하는 짧은 주의력을 요구하는 쇼츠나 감성적인 콘텐츠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의미 있는 공공 담론을 방해할 수 있지는 않을까?” 매체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떠한 매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매체의 위험성을 파악하는 것은 자신이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 매체의 한계와 경향성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반대로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며 산다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에 관해서 고민해야 한다.

    모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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