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를 지난 6월 24일 발표했다. 해당 발표는 202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국내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과 변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약 1억 건, 처방량은 19억 2,663만 개로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연령별 처방량도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0대 이하의 경우 5년간 처방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반면, 처방량은 5년 전에 비해 약 1.9배 증가했다. 이는 최근 급격히 증가한 10대 이하의 ADHD 환자 수로 인해 ADHD 치료제 처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ADHD 약의 오남용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학구열이 뛰어난 서울 일부 지역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여주는 약’으로 알려져 있어, 처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ADHD 치료제의 원재료가 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이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써, 주의력 결핍 증상을 보이는 ADHD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란, 뇌 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노프에피네프린을 증가시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약물을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몸에 부작용 없이 머리가 좋아지는 좋은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일까? 동국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에서 발행한 ‘메틸페니데이트 약물 활용을 통한 사고력 교육’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뇌 활성화에 대해 큰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고 한다. 일단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향상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인지향상의 효과가 모든 인지기능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기능이 향상되면 다른 하나의 기능은 저하된다.
인간의 뇌는 인지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는 주의, 사고, 행동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능을 의미한다. 핵심 구성 요소는 보통 3~5가지로 분류되지만, 다양한 기능으로 분류가능한데, 대표적으로 기능 두가지가 인지적 안정성과 인지적 유연성이며,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이 인지적 안정성/유연성 불균형이다.
인지적 안정성은 목표지향적 행동이나 반복적 작업 수행, 기억력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한다. 쉽게 말해 주의, 사고, 목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능력을 말하며, 방해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 지속 목표나 계획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반복적인 업무를 꾸준히 수행하거나, 공부 중 알림이 와도 무시하고 계속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생각하면 편하다. 부주의로 인한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경직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인지적 유연성은 새로운 작업에 대한 적응이나 작업전환, 새로운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와 관련된 기능을 수행한다. 쉽게 말해 환경 변화나 새로운 정보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전환하는 능력을 말하며, 규칙・전략・시각 등을 상황에 따라 바꾸는 능력, 융통성 있는 사고와 행동을 의미한다. 계획이 틀어져도 빠르게 다른 방법으로 전환을 한다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능력 등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인지적 유연성의 경우 변화하는 목표나 요구에 맞게 행동과 생각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산만하고 불규칙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인지적 안정성과 유연성은 같이 쌍으로 거론되는 인지작용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안정성이 강화되면 유연성이 약화되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인지향상제로 알려진 약물들은 이처럼 인지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대신 인지적 유연성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처럼 메틸페니데이트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처럼 ‘똑똑해지는 약’이 아니다. 인지향상제의 작용 기제에 관한 연구들은 인지적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인지적 유연성을 낮춘다는 부정적 효과를 보여준다.
메틸페니데이트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메틸페니데이트의 의존성은 평균 1.25로 담배(2.21), 알코올(1.93)보다 평균 점수가 낮았으나, 다른 약물의 의존성 대비 낮다는 건 이를 활용한 인지 향상에 있어 긍정적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한창 성장기인 청소년에게 남용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환각·망상· 중독·두통·구강 건조·식욕 감소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존성이 낮으니 부담 없이 처방 받을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할 경우 내성이 발생하고, 이후 더 센 약물을 찾게 될 것이며, 결국 약물 중독에 이르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메틸페니데이트의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인해 치료제를 수급하지 못하는 현실까지 이르렀다. 정작 정말 치료에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제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똑똑해지게 해주는 약도 아니고, 집중이 잘되게 도와주는 약도 아니며, 환자가 아닌 정상인이 복용할 시 도파민 조절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식약처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해 보이며, 사람들은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자세한 조사 후 복용을 결정지어야 한다.
참고자료 |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 발표)
(출처 : 이선우 • 남승민 – 인지향상제 사용에 대한 사고력 교육 관점에서의 논의 – 메틸페니데이트 약물 활용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