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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7일 오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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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멋진 것! 유행이 된 텍스트힙, 지적 허영인가?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성원에 힘입어 얼리버드 단계에서 전일 매진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최측은 현장 티켓 매진에 대한 내용을 지난 6월 9일 공지사항을 통해 알렸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주최측은 국제도서전 입장권 매진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얼리버드 단계에서 매진이 되더라도 평일에는 현장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실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안전과 사고를 대비해 수용 가능 인원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매년마다 성인들의 독서율은 낮아지고, 한 해에 책을 읽지 않는 성인들의 수가 비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통계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제도서전은 매진된다. 이런 현상에서 책을 읽진 않지만,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다. 독서 방해 요인 1위가 ‘일(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인 것을 고려해보면, 더욱이 책에 가지고 있는 관심 자체는 많다는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강 작가가 스웨덴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작년 10월 이후, 한국인의 전체 독서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을까, 한달 이후 다시 예전처럼 잠잠해졌다. 독서량이 잠깐 반짝하던 시기에 몇몇 사람들은 ‘냄비근성’이라는 말을 꺼내며 독서 유행에 대해 비판을 보냈다. 군중들이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현상을 냄비에 빗대어 부르는 말인 ‘냄비근성’을 운운하며, ‘독서를 하는 고상한 나’의 모습에 빠져 독서가 잠깐 유행하는 것일 뿐, 이 유행은 길게 가지 못하고 금방 식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 때, 운동하는 나의 모습을 찍어 올리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문화가 성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 문화 역시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운동하며 자기관리 하는 나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유행하던 문화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운동과 더불어 저속노화 식단을 챙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오운완’ 유행의 시작으로 운동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즉, 유행이 또다른 새로운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유행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유행을 따라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은 왜 비판할까. 책을 읽는 행위가 멋있다는 인식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 출판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책이 아주 귀한 물건으로 여겨졌고, 그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과거부터 고착된 인식은 바뀌지 않아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고귀한 문화로 여겨져 왔고, 출판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을 뿐이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선 물이 끓어야 한다. 물이 끓어서 뜨거운 물이 되어야 비로소 라면을 끓일 수 있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유행의 반열에 올라야 비로소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인기가 있어야 한번씩 시도해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냄비는 끓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있고, 아직까지 독서의 유행은 식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교수, 대학원생, 대학생, 교직원, 심지어 지역 주민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빌리고, 도서관을 이용한다. SNS에서 재밌거나 도움이 된다고 소문난 책은 예약자가 넘쳐서 예약조차 하지 못한다. 유명한 책을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지 않다면, 며칠 있다가 바로 구매 신청이 들어온다. 책의 유행은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이다.

    유행을 따라 간다고 해서 욕하지 말자. 유행의 시작이 곧 문화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성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정말 수도 없이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거나, 빌려 놓고 읽지 않아 반납한다며, 책에 대한 미련을 갖는 사람들도 정말 수도 없이 만나봤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 가짐만으로도 행동의 동기가 될 수 있으니 너무 심한 미련은 갖지 않아도 된다. 읽지 않아 미뤄 두더라도, 손에 쥐어 보고, 펼쳐 보고, 한 페이지 읽어 보고 한 단계씩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완독을 했을 것이다. 한 권 완독 해보면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어지고, 그렇게 독서가 취미가 될 것이다.

    물이 끓는 시간을 주자. 냄비의 크기나 재질에 따라서 끓는 시간이 다르고, 비로소 지금 끓기 시작했을 뿐이다. 식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냄비에 따라 물이 식는 시간은 다르다. 독서의 유행을 담고 있는 냄비의 재질과 크기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빠르게 식더라도 누군가에겐, 혹은 어떤 출판사에겐 귀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문화가 자리 잡을 시간을 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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