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시대에 피어나는 공동체의 가치
[수완뉴스=채진우 칼럼니스트] 오늘날은 개인의 성취와 자기 만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시대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나’의 일상, ‘나’의 성공, ‘나’의 행복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처럼 각자도생의 흐름이 강해지는 사회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봉사는 여전히 우리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단순히 선한 마음을 실천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은 공동체 안에서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동력이 되고, 실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 속에서, 더 절실하게 그 필요성이 부각된다. 결국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야말로 ‘함께’라는 가치를 다시 돌아보고, 실천할 때다.
1. 사회적 책임: 기업의 이윤을 넘어선 가치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단순한 기부 활동이나 이미지 관리 전략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철학적 실천이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제품의 품질만 보지 않는다. 제품이 어떤 가치관에서 출발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함께 본다. 그만큼 기업의 태도가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로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패타고니아는 40년 넘게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1% 포 더 플래닛’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더 나아가 2022년에는 아예 회사를 지구의 미래를 위한 트러스트에 귀속시키며, “지구를 유일한 주주로 삼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윤을 자연 보호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TOMS 신발도 주목할 만하다. 창립 초기에는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원포원 모델로 전 세계 빈곤 지역에 1억 켤레 이상의 신발을 전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기부 방식이 지역 경제의 자립을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곧바로 전략을 수정한다. 지금은 지역 사회의 교육, 보건, 창업 지원 등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 지역 공동체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CSR은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 신뢰와 가치를 만든다. 2023년 닐슨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6%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이 단지 좋은 이미지를 넘어, 실질적인 경쟁력이 되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2. 봉사 활동: 작은 손길이 만드는 변화의 파동
봉사는 개인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이다. 거창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실천이 모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예컨대, 지역 식량은행은 생계를 위협받는 이웃들에게 긴급 식품을 제공한다. 미국의 ‘피딩 아메리카’는 연간 60억 끼에 달하는 식사를 제공하며, 정부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빈곤 문제를 보완한다. 이러한 활동은 민간 부문이 얼마나 실질적인 공공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 단위의 봉사도 강력한 변화를 만든다. 미국 LA의 ‘빅 브라더스 빅 시스터스’ 프로그램은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과 성인 멘토를 1:1로 연결한다. 그 결과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자존감과 사회성에서도 큰 향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참여한 청소년의 80%가 대학 진학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많은 청년이 가상 봉사 플랫폼을 통해 독거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디지털 기술을 가르쳤다. 단절된 세대 간 연결이 회복되었고, 고립감도 줄어들었다. 이는 기술과 연대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봉사 모델로 평가받는다.
3. 사회적 기여가 주는 다층적 혜택
사회적 책임과 봉사는 단지 타인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의 이익을 가져다준다. 우선, 개인의 경우 봉사는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버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30% 낮아진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기업에게도 봉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다.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한 생활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친환경 제품 라인을 확장 중이다. 이 전략은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의 환경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사회 전체로 보자면, 사회적 책임과 봉사 활동은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보건·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공백을 메운다. 이는 곧 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작용하며,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한다. 특히 청소년, 노인, 이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4.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했느냐’다. 일회성 기부나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사회적 기여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환경 보호를 강조하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했지만, 실제 내용이 부족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사례는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봉사 활동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교육 봉사에서 실질적인 학습 효과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 참여자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즉, 봉사는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고,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일상 속 실천이 만드는 변화
사회적 책임과 봉사는 특별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한 번 더 고민하면 된다. 개인은 하루 중 잠깐의 시간이나 관심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건 크기나 규모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다.
작은 행동도 반복되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 단발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노력이 모일 때 사회는 조금씩 나아진다. 꼭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을 다하고, 주변을 돌보려는 태도가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채진우 칼럼니스트